“공과대 학생들이 전공 45학점 정도만 따면 졸업한다. 인도 공과대(IIT)만 해도 전공 180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이래서야 무슨 공대라고 할 수 있나.”
윤종용(66·삼성전자 고문 겸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사진)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은 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공과대가 너무 공부를 안 시킨다”며 “학생들이 전공과목을 더 공부하기보다는 교양 등 다른 과목에서 학점을 따 졸업하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공학교육인증원(ABEEK)이란 공대가 글로벌 엔지니어를 배출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기업 등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인증기관이다.
-공대 교육이 부실하다는 얘기인가.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196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만 해도 전공으로 150학점을 따야 했다. 요즘은 너무 쉽게 학점 따 졸업한다. 공대 나오면 사람 대접 못 받는다고 말하는 데 그건 공대가 자초한 것이다.”
-학생들이 공대를 잘 안 가려고 하는데.
“의대나 한의대는 (전망이) 괜찮나. 의료 개방 안 하면 나중엔 이 분야 나와도 일자리가 없을 것이다.”
-공대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대학은 기본적으로 기초 학문으로 다져진 일반인(generalist)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공대생들도 사(史), 철(哲), 문(文) 정도는 대학에서 배워야 한다. 이런 기초 교양 교육과 수학·과학이라는 탄탄한 기초 위에 전공 지식을 쌓아야 한다. 기초와 전공교육을 바탕으로 상황 대처 능력, 의사 소통 능력 같은 기본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그래야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가 나온다.”
-기업이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상은.
“호기심과 상상력이 풍부하고, 꿈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그 꿈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이다.”
-그런 창의적 인재는 왜 못 나오나.
“초·중·고 교육부터 잘못돼 있다. 어느 과학고를 가봤는데 대입을 준비하는 고시방 같았다. 틀에 박힌 주입식·암기식 교육을 하고 있다. ‘왜’를 생각해야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는데 이런 교육체제 속에서 창의적 인재가 나오겠는가. 교사들은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닌 문제해결 과정을 돕는 멘토 역할을 해야 한다.”
-공학인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기업이 어떤 인재를 원한다면 공학교육인증제를 통해 대학에 요구할 수 있다. 대학에 적극적으로 필요한 것을 요구해야지 불평만 해서는 안 된다. 공학인증은 세계 국가들이 상호 인정해 주는 시스템이다.”
강홍준 기자
◆윤종용 이사장=1944년 경북 영천생. 경북대사대부고,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66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92년 삼성그룹 가전부문 대표이사 사장, 96년 삼성전자 CEO 등 삼성에서만 42년간 일했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