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ongji University Microsystems Laboratory Directed by Prof. Sang Kug Chung

서울대병원 김효수 교수가 지난달 29일 병원 3층 심혈관센터 심혈관조영실에서 말초혈액에서 분리 증폭한 혈관재생줄기세포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는 말초혈액 자가줄기세포를 이용해 급성 심근경색을 치료할 경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조문규 기자]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이 개발한 심근경색 치료용 줄기세포 치료제(‘하티셀그램-AMI’)가 세계 최초로 정부의 공식 시판 허가를 받게 된 것(본지 6월 25일자 19면)이 계기다. 2005년 이른바 ‘황우석 스캔들’ 이후 6년 만이다. 황 박사 사태는 연구자들에겐 ‘트라우마(외상)’였다. 줄기세포만 언급하면 ‘사기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뚝심과 열정으로 도전의 끈을 놓지 않은 연구자들이 있다.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 김효수(52) 교수는 2000년대 초 줄기세포 치료를 시작한 1세대다. “죽은 심장·간 등을 질병 전(前) 단계로 되살릴 수 있다는 매력에 빠져 심취하게 됐다”고 한다. 최근엔 줄기세포를 심근경색 환자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하티셀그램-AMI 심사에도 참여했다. 그는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얻는데 채취(골수 천자) 과정이 환자에겐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래서 환자의 말초혈액에서 헌혈하듯 줄기세포를 채취한 뒤 이를 배양해 막힌 혈관 부위에 주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티셀그램-AMI 등 골수에서 채취한 중간엽 줄기세포는 심장 근육에 직접 주사한다. 사이즈가 커서 혈관에 주사하면 혈관이 막힐 수 있어서다.

 김 교수는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2002년부터 풍선·스텐트(그물망) 요법 등 기존의 치료법에 추가해 줄기세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심근 수축력(심박출계수)이 평균 4% 높아지는 것이 확인됐다. 김 교수는 “심근경색 환자의 심장 기능은 악화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를 멈추게 하는 것도 괜찮은데 4% 개선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메디포스트’ 양윤선(47) 대표는 이 분야에선 드문 여의사다.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직을 그만두고 2000년 바이오 벤처회사를 설립했다. 골수 이식을 통해 백혈병이 완치되는 것을 보며 줄기세포의 무한한 잠재성에 꽂힌 것이다. 도전의식으로 똘똘 뭉친 그의 변신을 가족들은 그러려니 했다. 2001년 연구비가 바닥났다. 양 대표는 “줄기세포는 새로운 분야여서 투자하려는 사람이 없었다”며 “막막했던 순간 기적적으로 국책 과제로 선정돼 기사회생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를 이용해 다양한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카티스템’(관절염 환자용 줄기세포 치료제)은 사람 대상 임상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시판 허가를 신청했다.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론 세계에서 첫 번째로 허가받은 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양 대표는 “카티스템은 환자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약으로도 세계 최초”이며 “관절염 환자의 아픈 무릎 부위를 수술로 절제한 뒤 젤리 형태의 약을 발라 줬더니 대부분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가수 강원래씨를 달리게 해 주겠다”는 희망을 품었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전신수(51) 교수. 그는 척추 손상 환자 4명에게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전 교수는 “걷기도 힘들었던 환자가 뛰어다니기도 했지만 아직 미완성”이라고 했다. 그는 뇌졸중 환자 13명에게도 제대혈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절반의 실패였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지 6개월 이상 된 만성 환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국내 유일의 영문 줄기세포 전문지인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스템셀’ 편집장인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김동익(51) 교수는 난치병인 버거병(하지동맥 폐색증) 전문가다. 환자의 60% 이상이 어떤 치료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워 연구에 몰두했다. 버거병 환자 90명에게 막힌 혈관 주변 근육에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김 교수는 “혈관조영술을 통해 줄기세포를 주입한 환자의 55%에서 혈관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다”며 “신약 허가를 목표로 임상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박국인(54) 교수는 엄마 배 속이나 분만 도중 뇌 손상을 입은 아기들의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뇌성마비·정신박약·간질·시력 소실 등의 증상을 보인 생후 2개월∼1년 사이 신생아 40명에게 유산된 태아에서 얻은 태아 줄기세포를 주입해 치료 중이다. 그는 “줄기세포 주사 후 4년간을 관찰하고 있으며 계속 연구한 뒤 성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치료 수준은 세계적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기초연구가 부족하고 정부 규제도 심하다는 지적이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최동훈 교수는 “화학적 합성 신약의 개발엔 한계가 왔기 때문에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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