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ongji University Microsystems Laboratory Directed by Prof. Sang Kug Chung

2016.03.20 (17: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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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 방울로 암·치매까지 밝힌다

테라노스, 극소량으로 1000가지 이상 검사 시도…알츠하이머 치매진단은 상용화 앞둬

테크 M 테크M 편집부 |입력 : 2015.05.02 05:42|조회 : 5701



피 한 방울로 암·치매까지 밝힌다
‘피 한 방울’이 의학계와 과학기술계의 중요한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당뇨병, 콜레스테롤 검사를 피 한 방울로 진단할 수 있는 기법이 실용화되고 있다. 혈액진단기기로 알츠하이머 치매와 암을 진단하는 기술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외과적인 수술 없이 혈액을 채취해 유전검사를 하면 앞으로 걸릴 수 있는 병을 미리 알아낼 수도 있다. 피 한 방울로 인간의 모든 질병을 아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테라노스’ 기업가치 9조 원
미국의 테라노스는 혈액 한 방울로 최소 30가지 이상의 질환을 검사할 수 있는 혈액검사 키트를 개발한 기업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엘리자베스 홈즈는 포춘지 표지에 실릴 정도로 스타 기업인이 됐다. 테라노스는 주사기를 통해 대량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극소량의 혈액만을 요구한다. 검사비용도 싸다. 종합병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내지 10분의 1에 불과하다.현재 테라노스는 가장 일반적인 혈액검사 중 200가지 이상을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를 1000가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기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다만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미량의 혈액만으로도 기존의 혈액검사 기법을 작동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의 시장전문가들은 테라노스의 기업 가치를 90억 달러(약 9조 원)로 보고 있다. 일부에선 테라노스의 키트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미국 전역에서 향후 10년간 2000억 달러의 의료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테라노스의 설립자 엘리자베스 홈즈는 피 한 방울로 30가지 이상의 질환을 검사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다.
테라노스의 설립자 엘리자베스 홈즈는 피 한 방울로 30가지 이상의 질환을 검사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다.
테라노스의 기업 가치가 입소문 나면서 체외진단기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체외진단기기는 인체 외부에서 진단할 수 있는 장비를 말한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혈액이나 침, 소변 등을 통해 즉각적인 검사를 가능하게 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분류 기준을 보면 혈당측정기나 원심분리기, 혈액검사기 등이 체외진단기기에 포함된다.

체외진단기기 중에서 특히 혈액을 통한 연구가 활발하다. 한 방울(10㎕ 이하)의 피를 통해 혈당을 비롯한 심근경색, 간 기능, 종양 유무, 각종 감염 상태 등 약 100여 가지 건강 관련 수치를 제공받을 수 있다. 침이나 소변과 같은 시료도 검사대상이 될 수 있지만 혈액은 대상자의 자발적 의사에 의해 얻을 수 있고, 의식불명의 응급환자로부터 채취하기도 적절한 시료다. 때문에 혈액진단 기술은 응급환자가 있는 현장의료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현장에서 즉각적인 혈액검사를 한 다음 병원에서 필요한 검사를 선별하면 진단 속도와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환자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혈액진단기기는 현장에서 즉각 사용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전원이나 무전원으로 구동되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 비전문 의료인력에 의해 행위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간단하게 수행될 수 있어야 한다. 응급현장에서는 의료행위의 결과가 즉시 효력을 발휘해야 하므로 최소한의 시간 내에 결과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특성을 반영하는 것 외에도 혈액진단 연구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혈액의 55%는 혈장이라는 액체성분이고 나머지 45%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의 혈구다. 이 혈구를 제거하지 않으면 진단이 거의 불가능하다. 임상적으로 의미를 갖는 주요 마커 단백질은 1% 미만의 단백질 안에 혼합돼 미량으로 존재한다. 감염균이나 DNA, RNA 등의 유전물질은 ppm(parts per million, 100만분의 1), 혹은 ppb(parts per billion, 10억분의 1) 이하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극미량의 특정 물질을 정확하게 검출하는 것이 혈액진단 기술의 성패를 좌우한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혈액 속 극미량의 단백질에서 타깃 물질을 변별해 암 진단도 가능해지고 있다. 일본은 혈액으로 다양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한 번의 채혈로 13종의 암을 조기 진단하는 검사기술이 그것이다. 혈액 채취에서 결과까지 1시간 소요되며, 검사 비용은 일반적인 암 검진과 비교할 때 6분의 1정도로 저렴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2018년까지 이 혈액 검사법을 건강검진에서 실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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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엔텍의 현장진단의료기기 프렌드

나노엔텍의 현장진단의료기기 프렌드
랩온어칩, 하나의 칩에 실험실을 올리다 
국내에서도 소량의 혈액을 통한 진단기기 연구가 활발하다. 나노엔텍의 현장진단의료기기 ‘프렌드(FREND)’는 피 한 방울로 다양한 질병의 감염 여부는 물론 질병 인자의 개수를 수치화하고, 이 결과에 대한 실시간 전송도 가능하다. 핵심기술은 ‘랩온어칩’이다. ‘하나의 칩 위에 실험실을 올려놓았다’는 뜻인 랩온어칩은 플라스틱, 유리, 실리콘 소재를 사용해 나노(10억분의 1) 단위 미세 채널을 만들어 이를 통해 극미량의 샘플이나 사료로 실험이나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프렌드는 한 번의 검사를 할 때마다 1회용 소모성 키트(칩)가 필요하다. 랩온어칩 기술로 탄생한 이 키트에는 피 한 방울로 각각의 질병에 따른 표적 마커와 반응하게 될 형광 물질, 항체 시약들이 부착돼 있고, 최종적으로 리더기에서 쏘는 레이저를 통해 검사하고자 하는 혈액 내 표적마커의 수치를 측정하게 된다. 키트에 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대략 5분 내에 원하는 질병의 유무를 알아낼 수 있다. 프렌드는 전립선, 갑상선 질환에 대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다. 

사용하는 칩만 바꾸면 대장, 간, 심혈관질환도 진단할 수 있다. 1회용 키트의 가격은 개당 10달러 정도다. 나노엔텍은 프렌드와 같은 소형 진단기기 시장이 2009년 13조 원에서 2020년에는 약 23조 원 규모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의 김영수 박사팀은 지난해 11월 혈액 안의 베타아밀로이드 존재 여부로 뇌에 알츠하이머가 발병했는지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알츠하이머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 속의 이 베타아밀로이드가 과다 발생하면 신경세포가 파괴돼 기억이 지워진다. 그동안 알츠하이머 발병 여부는 뇌조직 검사나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단백질 분포를 확인해 진단해왔다. 연구팀은 베타아밀로이드가 ‘엘아르피1(LRP1)’이라는 단백질을 통해 뇌에서 혈액으로 이동하는 것에 주목해 혈액 속에 존재하는 베타아밀로이드의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하지만 베타아밀로이드는 혈액 속에 극소량만 존재해 현재 병원에서 쓰고 있는 장비로는 분석할 수 없다. 키스트 개방형연구사업단은 아주 적은 양의 베타아밀로이드도 분석해낼 수 있는 ‘나노바이오센서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검사를 위한 영상진단비용은 200만 원이 넘는다. 그러나 나노바이오센서시스템을 통하면 기존 비용의 20분의 1 수준의 검사비로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이 가능하다. 김 박사는 7월까지 1차 임상실험을 완료하고 올해 말 기술이전을 통해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성호 차의과학대학교 바이오공학과 교수팀은 ‘바이오센서 u헬스케어 기반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연구를 통해 휴대형 자가진단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혈액 한 방울로 암, 심장병 등과 같은 다양한 질병을 가정이나 직장 등 어디서나 저가로 신속히 진단하고, 이 결과를 스마트폰을 통해 병원으로 전송한다. 의사는 이를 모니터링해 최종 진단 및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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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체외진단기기 시장규모는 472억 달러로 추산된다. 사진은 나노엔텍 화성공장 클린룸<br />

세계 체외진단기기 시장규모는 472억 달러로 추산된다. 사진은 나노엔텍 화성공장 클린룸
스마트폰에 혈액검사 기술 탑재 시도
최근에 출시된 스마트폰에서는 심전도 체크, 혈압 측정, 초음파 영상 분석 등이 가능하다. 삼성, 애플 등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에 혈액검사 기술 등을 탑재하고 u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애플은 스마트워치에 작동하는 당뇨측정앱을 장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덱스콤은 지난해 손가락 크기의 미세한 센서를 피부에 부착하면 5분마다 혈당을 측정하는 혈당측정기를 개발했다. 측정된 혈당은 별도의 수신장치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자동으로 전송된다. 환자의 혈당 수치가 너무 높거나 낮을 경우 수신장치와 스마트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덱스콤 앱은 허가가 아니라 간단한 등록만으로 앱을 사용할 수 있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큰 문제없이 미국인 당뇨병 환자들 사이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발행하는 ‘바이오인더스트리’ 2015년 3월호에 실린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현황 및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규모는 472억 달러다. 또 연평균 7.3%로 성장하면서 2017년 62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이는 제약시장보다 빠른 성장세다. 매출액 상위분야는 면역화학이 199억 5000만 달러이고, 자가혈당측정이 85억 2000만 달러, 현장진단의료기기 63억 4000만 달러 규모다. 바이오인더스트리는 특히 신흥시장의 헬스케어 관련 지출 증가로 체외진단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최근 모바일기기 사용 증가에 따라 기대감이 높아진 u헬스케어 시장의 핵심은 개인 단위의 진단, 검사, 테스트 등이 가능한 체외진단기기 시장의 발전”이라며 “고령화와 노인성 만성질환의 증가로 재택 의료행위가 확산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간단한 혈액진단 제품에 대한 시장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숙 기자
(*.223.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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