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ongji University Microsystems Laboratory Directed by Prof. Sang Kug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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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9 (19:58:53)

최근 들어 `힉스 입자’가 큰 화제다.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지난 7월 4일 힉스 입자로 추정되는 소립자를 발견했다고 밝히고부터 세계 언론이 떠들썩하다. 이 입자가 우주 탄생의 비밀을 쥐고 있는 열쇠라고 하니까, 정말로 중요해 보인다.

힉스 입자의 개념은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왔다. 현대 물리학에 따르면 137억년 전 우주가 대폭발한 직후만 해도 입자에는 질량이 없었다. 질량이 없다면 우리가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물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단지 빛처럼 흩어질 뿐이다. 다행히도 우주가 식어가면서 입자들은 질량을 갖게 됐고, 덕분에 온갖 물체로 가득 찬 지금의 세상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각각의 입자는 어떻게 질량을 갖게 됐을까? 피터 힉스 에딘버러대 교수는 각각의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 또 다른 가상의 입자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이 가상의 입자가 바로 힉스 입자다.

 
아인슈타인.png
 


엉뚱하게도 필자는 힉스 입자 발견 소식을 들으면서 아인슈타인이 범한 일생 일대의 실수가 떠올랐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정립해 현대 물리학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랬던 아인슈타인이 거대한 발견을 놓친 일생일대의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인슈타인이 1916년 발표한 `일반 상대성 이론’을 우주 전체에 적용하면 `우주가 팽창한다’는 놀라운 결론이 나온다. 오늘날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론이지만,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쓰던 당시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증명하는 수식을 일부 고쳤다. 적분 과정에서 상수를 집어 넣어 `우주가 팽창하지 않는다`는 기존 이론에 부합되는 결론이 나오게 유도한 것이다. 나중에 과학자들은 이 상수를 `우주항`이라고 불렀다.

필자가 보기에 힉스 입자의 발견과 아인슈타인이 만든 가상의 우주항 사이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그것은 기존 이론을 지키기 위한 시도였다는 점이다. 만약 힉스 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존 현대 물리학 이론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각각의 입자가 어떻게 질량을 갖게 됐는지 설명하기가 곤란해지고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답도 궁색해진다. 힉스가 `힉스 입자`라는 가설을 내놓은 덕분에 기존 물리학 이론은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질문에 여전히 유효한 답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필자가 보기에 아인슈타인의 우주항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 `우주는 팽창하지 않는다`는 기존 이론을 지키면서도 상대성 이론을 설명할 수 있게 했으니까 말이다.

힉스 입자의 발견과 우주항 모두 기존 이론을 충실히 지킨 시도라고 한다면 그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힉스 입자는 존재가 확실해 보인다. CERN는 새로운 입자를 발견한 세계적인 연구소로 위상을 더욱 높일 것 같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우주항은 그를 `우주 팽창`이라는 위대한 발견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은 장애물이 됐다.

이처럼 기존 이론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때로는 위대한 발견을 낳기도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발견의 장애가 되기도 한다. CERN의 힉스 입자 발견은 기존 이론으로 세상을 보더라도 위대한 발견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반면 아인슈타인의 우주항은 기존 이론의 틀을 벗어나야 위대한 발견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여실히 입증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기존 이론을 깨야 하고, 언제 기존 이론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오로지 기존 이론을 열심히 익히면서도 새로운 대안에 열린 개방성을 갖춘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만유인력을 발견해 물리학의 틀을 완전히 바꾼 뉴턴은 누구보다 열심히 기존 이론을 공부했다. 그는 책을 읽는 도중에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그러다 또 다시 막히면 또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뉴턴은 기존 이론의 대가였기에 그 한계도 잘 알았다. 그렇기에 기존 이론의 틀을 깨고 나올 수 있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옛말에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있다. 옛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을 익혀야 한다는 뜻이다. 옛것 또는 새것에만 집착해서는 새로운 발견이나 아이디어를 얻기 힘들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온고지신의 지혜가 필요하다.

김인수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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