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ongji University Microsystems Laboratory Directed by Prof. Sang Kug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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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5 (11:43:23)

적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으면서도 강력한 힘을 내는 히어로. 3일 개봉한 영화 ‘앤트맨’에는 개미만 한 크기로 몸을 줄였다가 다시 늘리고, 생각만으로 개미군단을 조종하는 ‘꿈의 히어로’ 앤트맨이 등장한다. 영화는 몸을 자유자재로 줄이고 늘리는 기술과 함께 이를 버튼 하나로 조절할 수 있는 슈트와 헬멧이 개발됐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영화의 과학적 상상력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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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슈타인 공식’ 따르면 폭발할 수밖에

 

앤트맨이 개미 크기로 줄어드는 설정부터 기술적으로 만만치 않다. 가령 큰 솜뭉치를 꾹꾹 눌러 작게 압축할 때처럼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크기를 줄였다고 하자. 이 경우 질량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영화에서 앤트맨이 개미 위에 사뿐히 올라타는 장면이 등장하는 걸 보면 질량도 함께 줄어드는 방식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크기와 질량을 동시에 줄이려면 어려운 문제가 하나 있다. 물질이 변화를 일으키기 전후에 질량은 일정하게 보존돼야 한다는 ‘질량보존의 법칙’을 위배하면 안 된다. 질량(m)이 에너지(E)의 한 형태라는 아인슈타인의 공식(E=mc2)을 통해 질량이 엄청나게 큰 에너지로 바뀌면서 크기와 질량이 동시에 줄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원자핵이 쪼개지거나 합쳐질 때 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억지로 영화에 적용해 보자. 영화에서는 키 178cm, 몸무게 91kg인 앤트맨이 140분의 1인 1.27cm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온다. 밀도가 일정한 상황에서 질량이 부피에 비례한다는 점을 이용해 계산하면 몸무게는 0.033g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공식에 따라 91kg에서 0.033g으로 질량이 줄어드는 과정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고 결국 폭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처럼 자유자재로 앤트맨이 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안전하게 가두는 장치가 필요하다.

 

● 앤트맨, 저체온증 걸릴 수도

 

앤트맨의 체온을 유지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우리 몸은 세포의 대사 과정에서 생산되는 열에너지로 체온을 유지한다. 몸의 크기가 줄더라도 세포 수는 그대로 유지되므로 결국 과도한 열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

 

반면 앤트맨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려면 보온 기능도 있어야 한다. 먹을 수 있는 양에 비해 피부를 통해 빠져나가는 열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앤트맨이 될 때 음식물을 담는 위(胃)는 3차원 입체여서 세제곱의 비율로 심하게 쪼그라들지만 피부 표면적은 제곱의 비율로 줄어드는 차이에서 비롯된다. 엄청나게 먹거나 보온 시스템이 완벽해야만 앤트맨이 저체온증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앤트맨의 슈트와 헬멧은 단순히 크기를 줄이고 늘리는 역할을 넘어 각종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앤트맨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몸이 줄어들면서 에너지를 써 버린 이상, 외부에서 에너지를 추가로 얻지 않는 한 원래 질량(크기)으로 복원되는 건 불가능하다. 또 냉장고에서 압축된 공기를 갑자기 팽창시키면 온도가 내려가는 것처럼 설혹 앤트맨이 아인슈타인의 공식을 극복하고 몸이 커진다고 해도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사람의 몸이 줄어들면 내부 압력이 커져 결국 살아있기 힘들다”며 “사람이 개미만큼 작아지고 다시 커지는 일은 어디까지나 영화적인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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