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ongji University Microsystems Laboratory Directed by Prof. Sang Kug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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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2 (15:46:10)

마르틴 빈터콘 폴크스바겐 회장
모터쇼장에서 현대 i30 직접 체크


최근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유튜브에선 마르틴 빈터콘(64)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 부스를 방문한 동영상이 큰 화제를 뿌렸다. 동영상에선 빈터콘 회장이 직접 틈새 간극을 측정하는 계측기를 들고 현대 i30의 요모조모를 뜯어봤다. 그런 뒤 동행한 디자이너와 상품담당 임원에게 언성을 높이면서 자사 차량의 개선점을 현장에서 지시했다.

이 동영상은 국내 네티즌 사이에 ‘독일 폴크스바겐이 현대차를 벤치마킹한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을뿐더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계측기를 들고 전문가적 소견을 말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이 모두가 그가 이공계 출신의 자동차 전문가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요즘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빈터콘 회장처럼 이공계 혹은 엔지니어 출신들이 속속 경영의 지휘봉을 휘두르고 있다.

 엔지니어·공학도 출신 CEO 선호 현상은 독일과 일본에서 뚜렷하다. 특히 독일은 폴크스바겐을 비롯해 아우디·BMW· 벤츠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자동차 회사에서도 이공계 출신 CEO들이 주름잡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빈터콘 회장만 해도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막스-플랑크 연구소(MPI)에서 금속공학 박사를 받은 공학도 출신이다.

  그는 1977년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의 연구원으로 자동차 업계와 인연을 맺은 뒤 폴스크바겐 품질담당 사장, 아우디 브랜드 회장을 맡는 등 승승장구해 왔다. 빈터콘 회장은 2006년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으로 취임해 지난해 포르셰 인수를 마무리짓는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유명하다.

 BMW CEO인 노버트 라이트호퍼(55) 박사도 이공계 출신이다. 87년 BMW 엔지니어로 입사해 생산 전문가로 활약해 온 그는 2006년 7월 BMW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를 넘기고 BMW가 벤츠를 제치고 프리미엄 1위로 발돋움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런 공로 덕에 그는 2016년까지 회장 연임을 보장받았다.

 디터 제체(58) 다임러-벤츠 회장 역시 공학박사에 연구원 출신이다. 터키 태생으로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76년 벤츠 연구소에 입사했다. 이후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전자장치와 상품개발 전문가로 일했다.

 일본은 혼다자동차가 이공계 CEO로 유명하다. 초등학교 중퇴의 천재 기술자인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1992년 작고)는 “연구소 출신이 아니면 사장이 될 수 없다”는 유지를 남겼다.

 이런 불문율은 사장까지 이어져 현 사장이 후임을 결정하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2009년 사장에 오른 이토 다카노부(58) 사장은 교토대학·대학원 항공공학을 전공한 연구소 출신이다. 그는 가볍고 주행 성능이 좋은 소형차와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재무통 CEO를 선호해 온 미국 역시 최근 몇 년 새 큰 부침을 겪으면서 엔지니어 출신들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포드의 앨런 멀럴리(66)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캔자스 대학에서 우주공학을 전공했다. 항공기 회사인 보잉 개발담당 부사장 출신으로 2006년 위기에 빠진 포드를 구할 구원투수로 부임했다. 미국의 ‘빅3’들은 이전만 해도 재무 전문가를 CEO로 앉히는 것을 상식처럼 여겼었다. 실제로 미국 빅3는 픽업 트럭이 잘 팔려 큰돈을 벌던 90년대 중반부터 상품 전문가들을 멀리하고 재무 출신들을 앞다퉈 CEO 자리에 앉혔다. 하지만 이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신차 개발 투자는 인색한 대신 할부금융이나 마케팅, 인수합병(M&A)에 수십조원을 쓰는 바람에 빅3의 몰락을 가져왔다.

 한편 이공계 출신은 아니지만 정의선(고려대 경영 졸) 부회장도 모터쇼에서 디자인·연구소·상품본부 출신을 동행하고 직접 경쟁차를 타보며 인테리어 소재까지 꼼꼼히 챙긴다. 현대·기아 경쟁 모델과의 차이점을 지적하고 보강할 점을 지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앙대 이남석(경영) 교수는 “연구소를 경험한 이공계 출신은 기술이 좌우하는 신차 개발에 능할 뿐 아니라 2만 개가 넘는 부품을 단순화하고 모델 간에 부품 공유를 확대해 비용을 절감하는 데 적격”이라며 “재무 출신 자동차 CEO는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에 강점을 지녔지만 현재는 이공계가 대세”라고 설명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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