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ongji University Microsystems Laboratory Directed by Prof. Sang Kug Chung

美 페르미 연구소 오늘 발표 "입자가속기 비정상 충돌 발생"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의 물리학자들이 중력·전자기력·약력·강력이 아닌 우주의 새로운 힘을 발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AP가 6일 보도했다. AP는 "페르미연구소에 있는 원형 입자가속기 '테바트론'에서 비정상적인 충돌이 발생했다. 이 충돌은 우주 생성의 핵심이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힉스 입자(Higgs Boson)'이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자연계의 힘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페르미연구소는 실험결과를 6일(현지시각)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 일리노이주(州) 바타비아에 있는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의 입자가속기 테바트론. /페르미연구소

우주가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여겨지는 힉스 입자는 이론으로만 존재하며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다. 물리학자들은 또 테바트론이 지금까지 알려진 '자연계의 4가지 힘'이 아닌 '제5의 힘'을 찾아냈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자연계의 4가지 힘이란 중력·전자기력·약력(약한 핵력)·강력(강한 핵력)을 뜻하며 물리학계는 이들 4가지 힘이 우주를 지배한다고 여겨 왔다. 페르미연구소 지오반니 펀지 대변인은 뉴욕타임스에 "연구팀은 실험 결과에 매우 흥분하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우리를 공포에 휩싸이게 할 정도로 중요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1.12.02 (15:38:39)
admin
김영기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FNAL) 부소장이 지난 1월 말 연구소 방문객들에게 FNAL이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바타비아(미국)=신동연 선임기자]

입자물리학자는 ‘과학판 창세기’를 쓰는 사람들이다. 우주의 기원과 만물의 본질을 탐구한다. 특히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FNAL)에서 초대형 가속기를 이용해 우주 탄생의 순간(빅뱅)을 재현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말 그대로 ‘신(神)의 영역’을 엿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늘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지난 6일(현지시간) FNAL의 충돌실험 그룹(CDF·Collider Detector at Fermilab)이 “표준 모형(Standard Model)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 분포를 관찰했다”는 논문 초고를 발표했을 때(본지 4월 8일자 2면)의 반응도 그랬다. AFP통신 등 외신은 “물리학계의 난제(難題)인 질량의 비밀을 풀 단초가 될 것” “과학의 역사를 다시 쓸 수도 있다”며 기대를 표시했다. 이러한 평가에 대한 당사자의 반응이 궁금했다. 논문 발표 다음 날 아침, FNAL를 이끌고 있는 한국인 과학자 김영기(49) 부소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표시 부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CDF 논문이 세계적 화제다.

 “물리적 표준 모형으로 설명 안 되는 실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데이터 분석이 덜 됐다. 60% 정도만 진행된 상태다.”

 (※표준 모형은 물질의 기본 입자와 이들의 상호작용(interaction)을 설명하는 현대물리학 이론이다. “20세기 들어 인류가 성취한 물리학의 주요 성과들이 집약된 인류 지성사의 금자탑”(건국대 물리학부 이강영 교수, 『LHC, 현대물리학의 최전선』)이란 평을 듣고 있다.)

 -언제 최종 결과가 나오나.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몇 주 만에는 힘들다. 한두 달 혹은 (늦어도) 여름께 최종 결과가 나올 것이다.”

 -데이터 분석이 채 안 끝난 상태에서 발표한 이유는.

 “CDF 실험은 특정 결과에 경도되는 걸 피하기 위해 어디에서 어디까지 데이터를 분석하겠다고 정해놓고 진행한다. 더구나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한 박사과정 학생의 논문에 포함된 것이다. 지난해 말 논문이 나왔는데 발표를 계속 미룰 수 없어 함께 연구한 학자들이 재검토 후 공개했다.”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의 ‘새로운 힘’발견 가능성을 전한 본지 4월 8일자 2면.

 -새 입자를 발견한 것이라면 표준 모형이 뒤집어지는 건가.

 “설령 (표준 모형에 없는) 새 입자가 맞다 해도 표준 모형이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모형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것까지 설명이 가능해질 뿐이다. 가령 중력을 예로 들어보자. 뉴턴의 중력 법칙은 현대인의 일상생활에는 유효하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선 맞지 않는다. 반면 아인슈타인의 중력 법칙은 이런 상황까지 다 설명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뉴턴은 틀렸고 아인슈타인은 맞다고 하진 않는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뉴턴의 이론을 포용하는 좀 더 포괄적인 이론일 뿐이다. 우리가 발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뉴턴의 중력 법칙은 사과가 떨어지는 이유를 ‘지구와 사과 사이의 만유인력’으로 설명한다. 반면 아인슈타인의 중력 법칙(일반상대성이론)은 ‘지구의 질량에 의해 휘어진 시공간 속으로 사과가 굴러떨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그는 질량에 의해 빛조차 휘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중력이 약한 지구에선 두 이론 중 어느 쪽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1919년 아서 에딩턴 경이 태양(질량이 지구의 33만 배)에 의해 별빛이 휘어지는 장면을 촬영하는 데 성공하고 나서야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옳다는 게 입증됐다. CDF가 관측한 현상도 양성자 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시킨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제5의 힘’을 발견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우리가 발견한 게 새 입자가 맞다면 새로운 상호작용, 새로운 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제5의 힘’이라는 표현은 부담스럽다. 가속기 안은 엄청난 고에너지 상태다. 기존의 네 가지 힘(※중력·전자기력·약력·강력)의 크기가 달라지거나 합쳐진다. 저온의 자연상태에선 미약해서 몰랐다가 극한 상황에서 (뒤늦게) 알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논문 발표 전 뉴욕 타임스 등 외신들은 “힉스 입자를 발견한 것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힉스 입자는 확실히 아니다. 질량만 놓고 보면 힉스 입자일 가능성도 있다. 힉스 입자는 양성자 질량의 110~180배로 예상되는데, 이번에 발견된 것은 150배 정도다. 하지만 성질이 다르다. 힉스 입자라면 W보존(boson) 2개로 쪼개지겠지만, 이번에 발견한 것은 2개의 쿼크(중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힉스 입자는 모든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다. 표준 모형상의 입자 중 유일하게 존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명 ‘신(神)의 입자’라고도 불린다.)

 -테바트론(FNAL 입자가속기) 가동이 올해 말 중단된다. 우주의 기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는 것인가.

 “힉스 대신 중성미자의 성질을 규명하기 위한 실험이 예정돼 있다. 힉스도 중요하지만 중성미자도 중요하다. 우주에 많이 있고 우주가 현재와 같은 구조를 갖게 되는 데도 큰 역할을 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중성미자 연구가 우주의 기원에 대한 해답을 알려줄 수도 있다.”

 (※중성미자는 빅뱅 직후 생겨났지만 아직까지 붕괴하지 않고 남아 우주를 떠돌고 있는 렙톤(경입자)이다. 다른 입자와 거의 아무런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유령 입자’라고도 불린다.)

글=김한별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김영기 부소장 =고려대(80학번)에서 학·석사, 미 로체스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FNAL 부소장 겸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2004~2006년 FNAL의 CDF 연구팀장으로 일하면서 “힉스 입자 탐구의 새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을 들었다. 1977년 자동차 사고로 숨진 천재 물리학자 이휘소 박사의 사손(師孫·제자의 제자)이다. 스승인 강주상 고려대 명예교수가 이 박사의 수제자. 김 부소장은 2006년 부소장이 되자마자 이 박사의 영문 이름을 따 ‘벤 리(Ben Lee) 펠로십’을 만들었다. 같은 시카고대 물리학과의 시드니 네글 교수가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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