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부생들의 연구논문이 SCI급 학술지에 게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로 교수 및 석·박사급 연구진들의 논문이 SCI급 학술지에 실리긴 하지만 학부생들도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 이는 학부생들의 연구수준이 석·박사 못지않은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SCI(Science Citation Index)는 매년 Thomson Reuters社가 과학기술분야 학술잡지에 게재된 논문의 색인을 수록한 데이터베이스다. 이 DB를 분석하면 수록된 학술지에 발표된 국가별, 연구기관별, 대학별 발표 논문 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SCI 집계의 바탕이 되는 과학기술논문 학술지는 세계적으로 5200여 종이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학술지 가운데 SCI에 수록되는 것은 12여 종. SCI 중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은 게재논문 건수다. 이는 국가나 연구기관 혹은 연구자 개인이 얼마나 많은 논문을 과학기술 관련 학술지에 발표했는가를 따지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SCI(Science Citation Index) 과학 논문 발표 수는 5만 1051건으로 세계 12위(2013년 기준) 수준이다. 최근 5년간(2009~2013) 논문 1편당 평균 피인용 횟수는 스위스가 9.48회로 가장 높으며 네덜란드(8.60회), 덴마크(8.60회) 순이다. 우리나라는 4.55회로 3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학저널>에서는 학부생들이 자신의 논문을 SCI에 게재한 현황을 조사해봤다.
가천대의 경우 한 학부생이 2년 연속으로 SCI 논문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약과학과 구본근 씨는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자신의 논문을 SCI급 국제저널에 수록했다. 가천대 관계자는 “학부생이 국제저널에 논문을 싣는 게 쉽지 않은데도 2년 연속 게재되는 것은 연구성과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같은 과에 재학 중이었던 송지영 씨도 지난해 12월에, 컴퓨터공학과 오민 씨도 제 1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SCI급 학술지에 2014년 10월 31일자로 게재됐다.
건국대는 한 학부생이 6편의 논문을 SCI급 국제 학술지에 게재해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생명특성화대학 특성화학부 융합생명공학전공 정예랑 씨. 정 씨는 학부연구생으로 석박사과정 연구원들과 함께 구조생물화학 연구에 적극 참여해 6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또 기계공학부에 재학 중인 신재민, 박호빈 씨는 제1, 2 저자로 참여한 논문을 SCI급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보건환경과학과 문종민 씨도 지난해 SCI급 국제 저명학술지에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문 씨는 직선형 토양배열방법을 이용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비화학적 방법으로 토양으로부터 선충을 효율적으로 분리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올해 초 경북대 생명과학부를 졸업한 윤지은 씨는 SCI급 논문으로 생화학분자생물학회장상을 받았다. 윤 씨가 학부 4학년 때 주저자로 발표한 논문이 생화학 분야의 세계적인 저널에 게재돼 그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수상하게 된 것. 윤 씨는 ‘세포막의 손상을 유발하는 아이소퀄시트린의 항균효과’ 논문으로 SCI급 학술지에 게재된 바 있다. 앞서 지난 해 같은 과 이희정 씨도 학부생 시절에 발표한 연구결과가 SCI급 학술지에 게재돼 생화학분자생물학회장상을 받았다.
경희대의 경우 2013년 한의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최유진 씨가 연구·발표한 논문이 SCI 급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최 씨는 경희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학부생연구프로그램에 따라 교수 등과 팀을 이뤄 1년간 연구를 진행해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광운대 화학공학과 4학년 박성묵 씨의 논문이 SCI급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박 씨는 ‘수경 재배 식물을 이용한 금속 나노물질의 제조’라는 논문으로 관련 분야 유명 학술지인 ‘저널 오브 나노사이언스 앤드 나노테크놀로지’에 게재했다. 박 씨는 “학부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식물을 이용한 나노입자 제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2년 당시 동국대 화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이준 씨가 금영삼 약학과 교수와 공동 주저자로 연구한 논문을 SCI급 학술지에 게재시켰다. 이 씨의 논문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에 관한 내용이다. 앞서 이 씨는 사스바이러스를 구성하는 필수 단백질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 천연물을 발견해 국내에서도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단국대 치의학과 2학년 이수연 씨는 암과 관련된 논문을 지난해 11월 영국 왕립화학협회에서 발간하는 SCI급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이 씨는 “단국대 조직재생공학연구소 교수들의 지도로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단국대 조직재생공학연구소는 2009년 교육부 중점연구소로 지정돼 손상된 신경과 뼈, 치아, 근육 등을 효과적으로 재생시키는 바이오소재, 줄기세포제어 및 동물신모델 개발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명지대도 학부생이 쓴 연구논문이 2011년 SCI급 국제학술지에 실려 연구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4학년에 재학 중인 권준오 씨와 양지선 씨의 논문이 SCI 급 국제저널 ‘마이크로미케닉스 마이크로엔지니어링’에 게재됐다. 이들을 지도한 정상국 명지대 교수는 “캡스톤디자인 프로젝트가 이 같은 성과를 냈다”며 “캡스톤디자인은 우수한 연구 능력을 가진 학생을 학부생 때 발굴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부산대는 2012년 연달아 두 명의 학생이 SCI급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나노메카트로닉스공학과 천호경, 화학교육과 장병원 씨가 그 주인공. 천 씨는 나노다공성 TiO2 입자(Nanoporous TiO2)와 관련한 논문을, 장 씨는 수용성 고분자 합성과 관련한 논문을 각각 SCI급 학술지에 실었다. 천 씨는 부산대 졸업 후 현대자동차 생산정보관리팀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장 씨는 부산대 사범대학 첨단정보 및 디스플레이소재 협동과정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서강대 화공생명공학과 한재욱 씨는 김충익 교수의 지도를 받아 ‘신규 반도체 소재 합성 및 박막트랜지스터 응용’ 연구 결과를 SCI급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특히 이 연구에서 사용한 유기물 반도체 소재는 이전까지 유기박막트랜지스터에 거의 사용된 적 없는 새로운 구조라는 점에서 크게 눈길을 끈 바 있다.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에 재학 중이었던 남효현 씨가 발표한 연구논문은 2013년 SCI급 저널에 게재됐다. 남 씨를 지도한 신창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 1년간 연구실에서 밤늦게까지 혼자 남아 열심히 연구를 수행했다”며 “학부생이 이처럼 탁월한 연구성과를 낸 건 굉장히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성균관대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에 재학 중인 허현무 씨의 논문은 지난 1월 23일 SCI급 학술지에 게재됐다. 허 씨의 논문은 ‘척추측만증 교정 수술 중 관성 센서를 이용한 척추의 비틀린 각도 측정에 관한 연구’로 수술 중 척추의 비틀린 각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 및 알고리즘 내용을 다루고 있다. 또 화학공학부 박상열 씨는 나노섬모구조를 이용한 신개념 휘어지는 센서의 작동원리 및 이론을 학계 최초로 규명해 SCI 급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4학년 이재윤 씨도 제 1저자로 SCI 논문에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이 씨의 연구는 인체이식물질에 마이크로/나노 형상을 가해줌으로써 뼈를 비롯한 세포조직을 재생시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시중에 판매되는 뼈 임플란트의 뼈 재생력 촉진에 획기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숭실대 의생명시스템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다인 씨도 지난 4월 SCI급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이 씨는 ‘나이·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표현형단일염기다형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지난 2011년에도 같은 학부에서 2명(류현주·신지민)이 고급통계 분석방법을 이용해 복잡형질의 유전현상을 규명한 연구로 SCI급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연세대 기계공학부에 재학중이었던 이강주 씨도 2012년 졸업을 앞두고 SCI급 학술지에 자신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 씨는 3학년 때부터 연구를 시작해 2년여의 연구 성과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울산대도 의대에 재학 중인 이종진 씨가 대학 재학 중 3편의 논문을 유럽영상의학회지와 미국여상의학회지, 영상의학종합지 등에 각각 게재했다. 이 씨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의과대학 교과과정도 벅찼지만 환자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의학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소감을 밝혔다.
최근 국립대로 전환한 인천대도 학부생들의 뛰어난 논문으로 SCI급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해 모교의 위상을 높였다. 올해 물리학부를 졸업한 신동석 씨는 김병훈 교수의 지도를 따라 그래핀에 양의 수소가 그래핀에 흡착되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해 SCI급 학술지 신써틱 메탈즈(Synthetic Metals) 2월호에 제 1저자로 기재됐다. 또 2012년에는 전자공학과 이슬기, 홍성일, 이연호 씨가 SCI논문지인 Microelectronics Reliability에 논문을 게재했다.
한양대 신소재공학부에 재학 중인 손석기 씨도 제1 저자로 쓴 논문을 SCI급 저명 학술지게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손 씨의 논문은 그간 ‘꿈의 신소재’라고 불렸던 그래핀을 뛰어넘는 이황화몰리브덴의 전자소자화에 관한 것이다. 손 씨를 지도한 최창환 한양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저전력, 고효율의 모바일 기기 등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학부생들의 뛰어난 연구성과는 학생 개인의 열의와 끈기도 중요하지만 연구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학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큰 몫을 하고 있다. 대학별로 특성화학과를 선정해 학부생들의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는가 하면 자체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인천대는 최근 국립대로 승격되면서 학생들의 연구 역량을 키우는 데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연구재단 학술지에 연구결과를 게재한 전기공학과 강길모·서철원 씨는 "국립대 전환 이후 여러 실습실 기자재가 들어오는 등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지도교수와 대학원 선배들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숭실대 의생명시스템학부는 대학 내 특성화학과로 선정된 후 2011년 2명, 올해 1명이 SCI급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이 세 학생을 지도한 이채영 교수는 "학부생들이 연구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지만 학과 발전은 물론 학생들에게 가능성과 자부심을 심어주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또 "2011년에 SCI급 논문을 게재한 두 학생은 대학원 과정에서도 SCI급 논문을 수차례 게재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울산대는 지난 2007년 국내 의과대학에서는 최초로 정규 교과과정인 '의학연구실습과정'을 도입했다. 이 과정을 통해 울산대 의과대학은 SCI급 국제학술지 28편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김기수 울산대 의대 학장은 "처음에는 의무적으로 임하던 학생들이 점점 연구에 흥미를 가지고 스스로 연구 주제를 찾아 논문을 쓰는 과정을 통해 의학자로서의 기본 자질을 갖추게 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울산대와 마찬가지로 경희대도 자체적으로 학부생연구프로그램을 운영해 실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기초연구를 포함한 정부의 R&D 투자의 지속적 확대, 연구지원 확대와 연구여건 개선, 연구 인프라 강화 등도 학부생들 논문 성과에 큰 몫을 하고 있다. SCI는 국가의 과학기술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기 한다.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이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이원지 기자 wonji@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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