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ongji University Microsystems Laboratory Directed by Prof. Sang Kug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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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2 (15:39:19)

"노벨상이 뭘 보고 주는 상인지, 무슨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1965년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이런 소감을 밝히며 "노벨상은 목에 걸린 가시 같은 것"이라 했다. 그는 "발견하는 즐거움보다 더 큰 상은 없다"며 "남들이 내 연구결과 위에서 미지(未知)의 곳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진짜 상"이라고 했다. 뉴턴과 다윈은 자신들의 위대한 발견을 오랫동안 숨긴 채 혼자만의 즐거움으로 간직했다.

영국 과학저술가 존 그리빈은 "위대한 과학자들을 움직이는 것은 명성이나 재산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무언가 알아내는 즐거움"이라고 했다. 아인슈타인의 'E=mc²'이란 방정식에 담겨 있는 것은 세속적인 욕망이 아니라 우주 만물의 원리에 대한 과학자들의 지적 호기심이다. 그런 측면에서 과학자의 무욕(無欲)은 대욕(大欲)과도 통한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영국에서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의 자연과학 전공자들이 대거 동인도 회사에 취업했다. 보수가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자들의 이탈은 20~30년 뒤 영국이 후발국 독일에 밀려나는 대역전의 시발이 됐다. 1980년대엔 미국 NASA의 로켓과학자들이 월스트리트로 몰려가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미국 경제는 물건을 만드는 실업(實業)이 아니라 돈을 굴리는 허업(虛業)에 매달리게 됐고, 이는 미국 제조업의 쇠퇴로 이어졌다.

▶국내에서 이공계 위기가 거론된 지 꽤 됐다. 고교 이과계열 우수 학생들이 이공계 대학 진학을 기피하고, 이공계에 들어간 학생들도 의대나 약대로 진로를 바꾸고 있다. 지난 10년 서울대 공대에서 자퇴 등으로 중도탈락한 학생이 1100명을 넘어 제적생의 30%에 이른다. 이화여대 자연과학대학에선 올 초 3학년 300명 중 88명이 약대에 가려고 자퇴했다고 한다.

▶이공계 위기의 원인은 사회에서 이공계 출신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데 있다. 보수는 적고, 승진은 어렵고, 직업 안정성은 떨어진다는 게 이공계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다. 그러나 이공계 위기를 좀 더 큰 틀에서 볼 필요가 있다. 자연과학과 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쇠퇴는 국력의 쇠퇴로 이어진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젊은이들이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꿈을 키워나가지 못하는 나라의 미래는 없다.
김기천 논설위원 k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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